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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를 다시 읽으며

by 청향 정안당 2020. 7. 31.

다시 읽는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3에 실린 글을 옮긴다.
총 3권이 출판된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 이야기는 1997년에 출판된 주옥같은 글들로 그땐 옆에 두고 읽고 또 읽던 책이다.
책머리에 쓴 류시화님의 글이 이 책을 다 담았듯 나는 다시 이 책을 읽으며 진정한 사랑을, 영혼에 대해, 실패를 바라보는 눈을 배우고 위로받는다.
읽을수록 아름다운 이 글을 나누고 싶다.

수암골 카페에서


잠시 후면.
잠시 후면 당신은 손을 잡는 것과 영혼을 묶는 것의 차이를 배울 것이다.
사랑이 기대는 것이 아니고,
함께 있는 것이 안전을 보장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걸
당신은 배울 것이다.
잠시 후면 당신은
입맞춤이 계약이 아니고, 선물이 약속이 아님을
배우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면 당신은 어린아이의 슬픔이 아니라
어른의 기품을 갖고서 얼굴을 똑바로 들고
눈을 크게 뜬 채로
인생의 실패를 받아들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내일의 토대 위에 집을 짓기엔
너무 불확실하기 때문에
오늘 이 순간 속에 당신의 길을 닦아 나갈 것이다.
잠시 후면 당신은 햇빛조차도 너무 쪼이면
화상을 입는다는 사실을 배울 것이다.
따라서 당신은 이제 자신의 정원을 심고
자신의 영혼을 가꾸리라.
누군가 당신에게 꽃을 가져다 주기를 기다리기 전에.
그러면 당신은 정말로 인내할 수 있을 것이고
진정으로 강해질 것이고
진정한 가치를 그 안에서 지니게 되리라.
                         -류시화-


그래서 오늘도 이 3권을 읽으며 진정한 가치를 찾으려 한다.
이 포스팅을 읽기 위한 수고를 기꺼이 감수하실 분이시라면 가슴으로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입맞춤
의사인 나는 이제
막 회복된 어떤 여성 환자의 침상 옆에 서 있었다. 그녀는 수술 후에도 옆얼굴이 마비되어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얼핏 보면 어릿광대 같은 모습이었다.
입의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 한 가닥이 절단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녀는 평생 그런 얼굴로 살아야만 했다.
외과의사가 최선을 다해 그녀의 얼굴을 성형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뺨에서 암세포가 번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수술 도중에 어쩔 수 없이 신경 한 가닥을 절단해야만 했다. 그녀의 젊은 남편도 그녀를 내려다보며 환자 옆에 서
있었다. 저녁 불빛 속에서 그들은 마치 내 존재를 잊은 양 열심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나는 생각했다. 이들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길래 비뚤어진 얼굴을 해갖고서도 이토록 부드럽고 따뜻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걸까?
이윽고 그녀가 내게 물었다.
"제 입은 평생 동안 이런 모습으로 있어야 하나요?"
내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신경이 끊어졌기 때문이지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때 그녀의 젊은 남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그 모습이 좋은데 뭘. 아주 귀여워 보인다고."
그 순간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가 알았다. 그는 신과 같은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차마 그를 똑바로 쳐다 볼 수 없어서 나는 바닥에 시선을 떨구었다.
내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 남자는 아내에게 입을 맞추기 위해 몸을 숙였다. 그리고 그는 비뚤어 진 아내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추기 위해 잔뜩 비뚤어진 입을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아직도 입맞춤 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리처드 셀쩌-

남을 생각할 줄 아는 아이
작가이며 유명한 연사인 레오 버스카글리아가 한 번은 자신이 심사를 맡았던 어떤 대회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그 대회의 목적은 남을 가장 잘 생각할 줄 아는 아이를 뽑는 일이었다.
레오 버스카 그리 아가 뽑은 우승자는 일곱 살의 아이였다.
그 아이의 옆집에는 최근에 아내를 잃은 나이 먹은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 노인이 우는 것을 보고 어린 소년은 노인이 사는 집 마당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노인의 무릎에 앉아 있었다. 엄마가 나중에 아이에게 이웃집 노인께 무슨 위로의 말을 했느냐고 묻자 어린 소년은 말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다만 그 할아버지가 우는 걸 도와드렸어요."
- 엘렌 크라이 드면 드나버나드 제공 -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가득한 이 책을 덮으며
언젠가 내가 위로가 필요하고 일곱 살 아이 같은 공감이 필요할 때 다시 이 책을 꺼내보리라.
오늘도 사랑을 위하여를 외치길 바라며 포스팅을 마친다.


산새소리를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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