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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정신 칼릴 지브란의 모래,물거품을 음미하다.

by 청향 정안당 2020. 8. 28.

딸내미가 타지에 나가 있어 어쩌다 주인을 맞이하는 방.
그 방 침대에 가만히 누워본다.
그러면 아들, 딸의 손때가 묻고 그들이 수없이 펼쳐본 많은 책들이 꽂혀있는 한쪽 벽의 책꽂이가 보인다.
침대에 누워 책들을 가만히 살피다 보니 한때는 참 좋아했던 시인이자 철학자, 그리고 화가인 칼릴 지브란의 책이 눈에 들어와 부스럭거리며 일어나 책을 꺼낸다.
책이 누렇게 바랬다.
그래도 오래 된책이 주는 냄새는 참 좋다.
마음도 편안해지는 이 냄새를 맡으며 물티슈로 그동안 팽개쳐두었던 흔적을 지우듯 깨끗이 닦아본다.
오늘 딸 침대에 누워 눈에 들어온 책은
칼릴 지브란의 잠언 시집, 모래. 물거품이다.

시인이자 철학자이며 화가이기도 한 칼릴 지브란은 레바논에서 태어 낫다.
그의 어머니의 깊은 신앙심과 예술적 가르침으로
칼릴 지브란의 성격 형성과 그의 예술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오귀스트 로댕에게 조각을 배울 정도로 예술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 그의 대표작품인" 예언자"를 비롯한 여러 시집들은 지금도 여전한 사랑을 받고 있다.
모래, 물거품은 주옥같은 잠언시다.
오랜만에 다시 꺼내 읽은 이 시집을 읽으며 오늘은 이 명언 같은 글들을 옮겨본다.


나는 영원토록
이 해변을 거닐고 있습니다
모래와 물거품 그 사이

높은 파도에 나의 발자국은
지워져 버릴 것입니다.
바람이 불어와 물거품 또한
날려버릴 것입니다

그러나 이 바다와 해안은
영원까지 남을 것입니다.


인간애는 침묵하는 감성 속에 있는 것
결코 수다스러운 지성 속에 있지 않습니다.


밤의 길목을 지나지 않고
새벽에 다다를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상상과 성취 사이에는
커다란 공간이 있습니다
오직 우리의 열망만으로 만 뛰어넘을 수 있는.


인간의 의미는
그가 성취한 것에 있지 않고
오히려 그가 그토록
성취하고자 하는 열망 속에 있습니다.


그대가 이름 붙일 수 없는 축복을 갈망하고,
까닭도 없이 슬퍼질 때,
그때 비로소 그대는 자라나는 모든 것들과
더불어 자라나며,
더욱더 큰 자아를 향하여
나아가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본질적인 것들은 침묵합니다.
반면에 비본질적인 요소들은
시끄럽게 떠들어 댑니다.


씨를 뿌리십시오
그러면 대지가 그대에게 꽃을 피워 줄 것입니다.
하늘에까지 이르도록 소망하는 바를 꿈꾸십시오.
그러면 하늘은 그대에게
사랑하는 이를 보내 줄 것입니다.


그대가 물고기를 원했을 때
누군가 그대에게 뱀을 주었다면
그들에게는 뱀밖에 줄 것이 없었던 까닭입니다.
이런 때
그들로서는 참으로 커다란 자비를 베푼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우리의 미래를 팔아
어제의 빚을 갚곤 합니다..


삶은 행진입니다.
걸음이 느린 사람은 생이 너무 빠르다고 하여
열 밖으로 나옵니다.
또한 발이 빠른 사람은 생이 너무 느리다고
열 밖으로 나옵니다.



침대 끝에 쪼그리듯 앉아 천천히 음미하듯 읽다 보면
주옥같은 글들이 가슴을 치거나 돌아보거나 나 스스로 격려하듯 읽는다.
삶의 열 밖으로 나오지 않기 위한 빠르거나 늦지 않는 걸음으로 그렇게 가기 위해 걸음을 옮긴다.
주말이면 돌아올 방주인을 위해 창가에 예쁜 장미를 꽂아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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