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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제철나물 새발나물 무침과 봄비 그리고 류시화 시집을 읽다

by 청향 정안당 2021. 3. 27.

봄비가 내리는 오후다.

이제 막 만개하기 시작하는 벚꽃잎이 많이 떨어지겠다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간간이 들려오는 빗방울이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를 조용히 듣는다.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곤 사색하듯 생각에 잠기는 나른한 오후는 삶을 충만하게 한다.

 

무심히 바라보던 책꽂이에 무심히 꽂혀있는 시집을 발견한다.

그리곤 그중에서 손때가 가장 많이 묻은 류시화 시집을 무심코 꺼낸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곁에 있어도 그리운 사람이라니 지독한 외로움인가?

아니면 지독한 사랑이려나?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 수 있는 시인이 좋아 무척 이도 많이 류시화 시집을

사다 쟁여 놓았다.

손에 잡히는 대로,

손이 펼치는 대로 한 편씩 읽다보면 나는 소녀가 되고 사랑꾼이 되며

때론 비굴한 자신도 본다.

오늘은 봄비와 함께 하고 싶다.

 

봄비 속을 걷다

           -류시화-

봄비 속을 걷다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봄비는 가늘게 내리지만

한없이 깊이 적신다

죽은 라일락 뿌리를 일깨우고

죽은 자는 더 이상 비에 젖지 않는다

허무한 존재로 인생을 마치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봄비 속을 걷다

승려처럼 고개를 숙인 저 산과

언덕들

집으로 들어가는 달팽이와 뿔들

구름이 쉴새없이 움직인다는 것을

비로소 알고

여러해만에 평온을 되찾다

 

창문에 구르듯 떨어지는 빗방울과 시인의 고뇌까지 함께하는 날

좋았던 기분과 묘하게 겹치며 현실세계로 돌아온다.

 

딸이 아침 일찍 특강이 있어 나갔다.

늦은 점심을 준비해야 하는 나는 찬란한 이름 '엄마'다.

봄에는 봄나물이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돌 오돌 씹히는 식감을 좋아하는 딸을 위한 새발 나물 무침을 준비한다.

지난해에 포스팅 한 글이 있어 공유해본다.

hby6900.tistory.com/28?category=1106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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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돌오돌 식감이 살아있는 <세발나물 무침> 만들기 겨우내 한참 많이 먹던 세발나물이 눈에 띄어 한 봉지 사 왔다. 생기기에는 야리야리해 식감이 있나 싶지만 의외로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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